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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21. 00:17 from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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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

2013. 12. 13. 00:16 from w

 낡은 바리캉으로 머리를 잘라 손님들의 머리를 벌레먹게 하는 이발소가 있었다. 나는 이 노인정 옆 이발소의 고정 손님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그 때까지 나는 두발자유에 대해 어떠한 이견도 없던 학생이었다. 앞머리가 이마를 가리면 온몸이 답답해지는 터라, 스포츠형 머리나 반삭발은 편해서 오히려 고마웠다. 블루클럽이라는 희대의 프렌차이즈 미용실이 처음 생기기 전까지 푸르스름했던 내 머리에는 항상 완두콩 크기보다 작은 살색 구멍이 두어개 씩 있었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주말마다 집에 오시는 아버지를 따라 차를 타고 40여 분이 걸리는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유난히 하얀 가운을 걸치고 지나치게 까만 머리를 가진 이발사 아저씨와 노란 색에 검고 작은 땡땡이 무늬가 프린트된 원피스를 입은 아주머니 직전의 여성이 그 이발소 직원의 전부였다. 공교롭게도 이발소 안에 있는 네 명이 모두 말이 없는 사람이라 이발사의 이런저런 지시 말고는 텔레비전 소리가 가장 시끄러웠다. 텔레비전에는 언제나 재미없는 한국 프로 축구가 틀어져 있었고, 그 때마다 노란 유니폼을 입은 성남 일화가 다른 팀을 앞지르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가죽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나이가 되면서 나는 모든 이발소를 퇴폐이발소처럼 여기고 손님이었던 나를 창피해했다. 알 수 없는 외국 고유명사 미용실의 외국 이름을 단 헤어 디자이너의 단골이 되기 전까지, 나는 블루클럽의 VIP였다. 가격 파괴를 위해 과감하게 상고머리 손님이 직접 고개를 앞으로 숙여 머리를 감게 하는 그 곳. 이발사였던 외할아버지에게 기본적인 기술을 배웠던 어머니에게 5000원이 넘는 이발비는 사치였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미용실을 다녀와서 그 머리에 얼마나 들였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거짓으로 답한다.


 남성이 못생김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머리를 예쁘게 자르는 것이다. 비싼 옷과 화려한 신발을 사는 것보다 귀 위를 덮는 머리카락과 구부러지는 뒷머리 정리가 먼저다. 짧은 머리는 긴머리보다 빨리 자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보일 때마다 옆머리와 뒷머리를 체크해야 한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신기하게도 나의 호르몬은 내가 하는 야한 생각의 총량과는 관계가 없는지 월경처럼 정확히 한 달의 주기로 머리를 지저분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예정일 며칠 전부터 나는 그 숭고한 행위를 상상하며 설렌다.


 


○ 토끼가 그려진 분홍색 바리캉이 있다. 그 바리캉을 사용하는 미용사들의 실력에는 괜한 신뢰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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