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모음

2013. 10. 31. 23:15 from w

 내가 시집을 고르는 방법 : 우선 시집의 앞부분을 펼쳐 시인의 말을 확인한다. 시인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책을 바로 덮는다. 마음에 들 경우 차례에 있는 시 제목들을 훑어보고 막연히 마음에 드는 제목이 보일 경우 그 페이지를 편다. 아주 길지 않은 시라면 한 번을 내리 읽어보고 좋으면 다른 제목의 시를 두어 번을 골라 읽은 뒤 역시 좋다면 사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여러 번을 반복했는데도 와닿는 시가 없다면 다른 시집을 고른다.





 1. 기형도 시집 - <입 속의 검은 잎>


 나는 한동안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지금도 나는 믿는다. 그러한 믿음이 언젠가 나를 부를 것이다. 나는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다. 눈이 쏟아질 듯하다. (1988. 11)



 2. 심보선 시집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분열하고 명멸해왔다.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2008년 봄

심보선



 3. 심보선 시집 - <눈앞에 없는 사람>


詩여, 너는 내게 단 한 번 물었는데

나는 네게 영원히 답하고 있구나.


2011년 8월

심보선



 4. 나희덕 시집 - <사라진 손바닥>


'도덕적인 갑각류'라는 말이

뢴트겐 광선처럼 나를 뚫고 지나갔다.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욱 단단해지던,

살의 일부가 되어버린 갑각의 관념들이여,

이제 나를 놓아다오.



5. 황병승 시집 - <여장남자 시코쿠>


거울 속의 네 얼굴은 꼭 내 얼굴 같구나

우리 서로 첫눈에 반해버렸지만

단 한 번의 키스도 나눌 수 없어

이제부터 나는 기다란 수염을 달고

아무런 화면도 보여주지 않을 거야


2005년 여름


사람들이 나를 부르면

내가 대신 네.라고 대답한다

사람들이 나를 부르지 않으면

우리는 가만히 있는다


2012년 겨울

황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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